요즘, 아니 계속 핫한 팀, 이날치!!
여러분들도 한번쯤은 들어보셨겠죠?
처음에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라는 곡(아니다 온스테이지 영상)을 보았을 때 몇번이고 반복해서 재생하는 나를 볼 수 있었......ㅋㅋ
못 보신분들은 아래 영상을 한번씩 봐주시길 바라며,,
사실 영상이 너무 핫해서.. 댓글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이날치과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 팀에 대한 소개는 너무 많아 따로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다만, 오늘 제가 여기서 다룰 내용은. 바로 가사!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로 시작하는 이 가사.
여러분들은 수궁가에 왜 범이 내려오는지 아시나요?
범 내려온다 곡의 가사는 오직 수궁가의 한 대목입니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송림 짚은 골로 한 짐생이 내려온다.
>송림: 소나무 숲
>집은: 깊은
>골: 골짜기
>짐생: 짐승
누에머리를 흔들고, 양 귀 찢어지고,
>누에머리: 보통 산의 모양을 나타날 때 쓰이는 말로, 툭 불거진 모양을 가리킴.
몸은 얼숭덜쑹,
>몸은 얼룩덜룩
꼬리는 잔뜩 한 발이나 넘고,
동개같은 앞다리, 전동같은 뒷다리,
>동개: 활과 화살을 넣어 등에 메는 기구.
>전동: 화살을 넣는 통
새 낫같은 발톱, 엄동설한 백설격으로 잔디 뿌리 왕모래 좌르르르르 흐틀며,
>새 낫: 날을 세운 낫
>엄동설한: 눈내리는 아주 추운 겨울
>백설격으로: 흰 눈처럼
>흐틀며: 흩어 뿌리며
주홍 잎 쩍 벌리고
홍앵앵앵앵 가는 소리 산천이 뒤넘고, 땅이 툭 꺼지는 듯,
자래가 깜짝 놀래, 목을 움치고 가만히 엎져 있다."
어떻게 보면 이 짧은 대목을 독특한 반복리듬으로 우리를 중독시키게 만들었죠.
어려운 한자어의 해석과 함께 적어놓았으나
판소리는 정말 한글인듯 한글아닌 한글같은..... 그런 느낌이죠
그럴땐 영어번역으로 보는게 더 빠른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A tiger comes down.
A beast comes down through a deep valley with pine trees.
He shakes his sharp head.
His ears are torn apart.
His body is mottled.
His tail is more than one meter long.
His fore legs are robust.
His hind legs are strong.
With his long claws, he disturbs the thick sand and the roots of the grass as if he splattered snow in cold winter.
He opens his red mouth.
It looks as if a stream and a mountain turn upside down, and the ground collapses.
Terrapin is so scared that he remains motionless with his head pulled in."
(영어로 보아도 생소한 몇몇 단어들때문에 좀 어색하긴 하네요..ㅠ)
그렇다면, 이제 수궁가에서 왜 범이 내려올까요?
여러분들도 대략 수궁가의 내용은 다 아실껍니다. 우리는 어릴때부터 고전문학을 세뇌당하듯 배워왔잖아요?
용왕의 병을 낫게 하기위해 육지로 토끼의 간을 찾으러간 별주부는
물속에서 못보던 육지세상이 너무 아름답습니다.
이리저리 구경을 하다가 여러 날짐승들이 모여서 상좌다툼(서로 윗자리를 차지하려는 다툼)을 하는 장면을 목격하죠.
갑자기 봉황새가 상좌에 앉아야 하는 이유를 말하고, 그 후로 까마귀.. 부엉이..
(거 그자리에 앉으면 뭐 주나?)
날짐승들의 차례가 끝나니 이젠 길짐승들이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기린... 코끼리.. 사자.. 곰..
(동물원이세요?)
그러다 이제 우리의 주인공 토끼도 나와 본인이 상좌에 앉겠다고 합니다.
토끼 깡짱 뛰어 나앉으며,
“제낭청도 내 아랠세.”
“퇴선군(신선토끼)은 언제 났소?”
“자네들 내 나를 들어보소.
한 광무(한나라 광무제) 시절의 간의대부(중국에서 임금의 잘못을 간하고 정치의 득실을 논하던 벼슬아치)를 마다허고,
부운(뜬구름)으로 채일(햇볕을 가리기 위해 치는 포장) 삼고,
동강 칠리탄(중국 절강성 동료현에 있는 여울)에 시조허던(낚시질을 하였던) 엄자릉과 날과 둘이 동갑이 되니,
내가 상좌를 못 허겄나?”
이러한 난장 오브더 난장의 와중에
드디어 호랑이가 나타납니다.
호랑이가 나타나는 순간 모든 짐승들은 찌그리....
호랑이는 매우 자연스럽게 상좌에 앉고, 우리의 별주부는 용감하게 호랑이가 있는 와중에도
토생원(토끼)를 호기롭게 부릅니다. (늬들 상좌다툼이 중요한게 아니라규)
허나 장거리 여행때문이었는지 토생원을 부른다는 것이 그만 '호생원'이라 부르게 됩니다.
호랑이 입장에선, 본인을 그렇게 부른 짐승은 처음인지라
신기해하면서 상좌에서 내려오는데요.
바로 그 부분이 '범 내려온다'의 대목!!
알고 들으면 재미있죠?
생각보다 판소리 대목을 깊게 살펴보면 유쾌하고 재미있는 내용이 많습니다.
그럼 과연 호생원을 당당하게 부른 우리 별주부는 어떻게 됐을까요?
그 이야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제가 참고한 판소리 대목은 아래 링크를 통한 '판소리다섯바탕 국영문 사설' 자료집을 통해 참고하였습니다.
본문에 넣은 대목은 '유성준 바디 수궁가(박복남 창)' 입니다.)
www.sorifestival.com/2020html/rep_korean/SubPage.html?CID=bbs/board.php&bo_id=cmu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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