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뭔가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이 블로그에는 개인적인 내용은 담지 말아야지 했는데,, 이미 너무 오래전부터 이 블로그를 일상일기장처럼 쓰기도 했고
뭐랄까 오늘은 좀 센티멘탈 하기도 하고ㅎ
전전 회사 퇴사이후 나는 새로운 회사를 1년 8개월 근무하고 퇴사한다.
(이렇게 쓰다보니 프로 퇴사러 같다..)
새로운 회사에 그것도 팀장으로 들어갈때는 정말 너무나도 심한 부담감과 압박감이 날 짓눌렀다.
모든 이직러가 그러하듯 초반 몇개월은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했음에도,
나는 뭐랄까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 기죽지 말아야 한다는 압박, 그리고 잘 모르는 분야의 업무, 역할, 사람들까지
모든게 나에게는 새로움의 연속이었고 부담감이었다.
거의 초반 3-4개월은 집에와서 지쳐 쓰러진것 같다.
특히 팀장이라는 역할과 회사의 분위기는 나에게 뭐라할 수 없는 크나큰 스트레스로 다가왔지만
나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게 그러한 역할들을 잘 수행해 내는 연기를 펼쳤다.
속으로는 자괴감에 빠지는 나날들이었는데 아무렇지 않은 척 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니 회사내에 이런 내 마음을 터놓을 사람도 없었고, 혹여 있었더라도 터놓지 않았었던게 더 화근이었을까
그러다보니 몸에 이상이 찾아왔다.
출장을 갔다가 돌아오는데 정말 극심한 편두통이 찾아왔다.
처음느껴보는 심각한 두통이었고, 아무리 진통제를 먹어도 들지 않았다.
어떨때는 핸드폰에 문자가 써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증상이 이상했다. 아마 회사 들어가고 1개월쯤 지나서였던것 같다.
처음으로 뇌 MRI를 찍었다.
질병의 증상은 없었지만 조심을 해야할 것 같다는 소견을 들었다.
극심한 부담감과 스트레스때문이었을까..
다행히 그 이후론 그렇게 심각한 두통은 찾아오지 않았지만 간간히 그러한 두통이 찾아올만한 기미가 보일때가 있었다.
무서웠다.
20대에 대학교 졸업이후 한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었다.
하루빨리 돈을 벌어야 했고, 항상 부족함에 시달렸으며, 내가 무엇이라도 하지 않는 나날들이 뒤쳐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20대는 지났고, 30대의 대다수도 지났다.
30대 후반이 되면서 영원히 계실것 같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께서도 돌아가셨다.
항상 웃으면서 반겨주시던 모습이 아직도 아른거린다.
마음이 조급해졌다.이렇게 지내다가 하나밖에 없는 우리 엄마도 놓쳐버릴것 같았다.내가 내 삶만 쫓는동안 엄마는 훌쩍 늙어계셨다.
이번 회사는 내가 조금 버티기만 한다면 나에게 좋은 커리어와 역할, 경험 등을 가져다 줄 수 있는 회사였다.
그리고 내가 관심있어하고자 하는 분야에서는 인지도가 있는 기관이었다.
그런데 자꾸 마음이 충만하지 않았다. 자꾸 무엇을 놓치고 가는것 같았다.
이 회사에 들어간다가 목표가 되어서 그런지
회사 이후의 내 목표와 방향성이 더이상 그려지지 않았다.
그냥 하루하루를 쳐내면서, 버티면서, 월급이라는 마약에 중독되어 가면서
내가 나를 잘 돌아볼 시간이 없이 조금씩 피폐해져가는, 그리고 삭막해져가는 나를 느낄 수 있었다.
퇴사를 결정하는데에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무언가 잘못되어가고 있다고 여실히 느끼고 있었으니까,
안정성을 추구하는 나에게 월급이 없는 삶. 당장 다음달 수익이 없는 삶은 정말 견디기 어려웠는데
그러한 불안감보다 잠깐 멈춰야겠다는 마음이 더 확고했다.
그래서 지금 이렇게 회사를 멈추고 글을 쓰고 있다.
회사를 다닐때보다 더 나에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고, 내가 뭘 원하는지, 어떤 삶을 살아야하는지
다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엄마와의 시간도 챙기고 있다.
답은 천천히 찾을 수도 있지만 쉬는 기간에는 내 나름대로의 목표도 세웠다.
작은 목표들을 이루며 나의 자존감도 챙겨나가야겠다.
다시 시작한 블로그에 틈틈히 나의 생각을 적어나가야겠다.
그리고 나중에 되돌이켜봤을때 퇴사라는 선택을 후회하지 않게 노력해 나가야겠다.
좋은 결과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긴긴 삶에
한번쯤은 쉬어도 된다고,
친구들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이 말을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다.
괜찮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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